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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한국학자를 만나다: 2023 대한민국학술원 한국학분야 우수도서
양정필 Yang Jeong-pil (제주대학교, 대한민국)
1. 안녕하세요. 먼저 한국학진흥사업단 온라인소식지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7년 2학기에 석사 과정에 진학했고 2001년에 19세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개성상인과 인삼업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개성상인이었습니다. 2013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제주대학교 사학과에 재직 중입니다.
20년이 조금 넘게 연구를 하면서 주요하게 관심을 갖게 된 주제는 인삼, 개성상인, 제주도 역사 셋이었습니다. 인삼에 대한 연구물들은 지난번에 '근대 개성상인과 인삼업'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개성상인의 인삼업 경영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홍삼 수출은 거의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홍삼 수출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홍삼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드러내 보려고 합니다. 개성상인의 경우, 인삼업은 개성상인의 주력 분야이고 핵심 상품이지만, 그들의 전체 활동에서 보면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성상인은 그들만의 수준 높은 상업 전통을 발전시켜 왔는데, 이를 제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 박사 논문입니다. 아직 단행본으로 출판하지 못했지만, 박사 취득 이후에 발표한 논문들까지 정리해서 출판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부임 이후 자연스럽게 제주도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논문도 몇 편 발표하였습니다.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이지만 매우 흥미를 갖고 공부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몇 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선생님께서 한국학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렇듯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마다 자기만의 기질이랄까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스무살 전후부터 막연히 철학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수학이나 이과 학문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스스로 인문학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역사학을 선택했습니다. 나의 관심이 향하는 것,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을 택한 것이어서 지금까지 크게 권태를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한국학대형기획총서사업을 통해 연구 성과물 ‘근대개성상인과 인삼업’이 출판되었는데요. 해당 도서가 2023년도 대한민국학술원 한국학분야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저서에 대해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삼은 땅에서 재배하는 작물이지만 일반 농작물과는 달라서 재배 기간이 6년 내외로 꽤 길고, 그 기간 동안 끊임없이 자금을 투자해야 합니다.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면 인삼업을 규모 있게 경영하기 어렵습니다. 18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인삼을 대규모로 재배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존재는 개성상인이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개성상인은 조선 최대의 상인 집단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진출하여 장사를 하였고, 외국 무역에도 참여하면서 상당한 상업 자본을 축적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 자본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인삼 재배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19세기 이래 개성 일대는 인삼 주산지가 됩니다. 개성상인은 재배한 인삼을 홍삼으로 가공하였습니다. 홍삼은 청나라에서 수요가 많아서 19세기 내내 조선의 대표적인 수출품이 되었습니다. 인삼 재배, 홍삼 수출로 개성상인, 역관, 의주상인 등이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정부 재정도 적지 않게 혜택을 받았습니다. 홍삼의 이익을 잘 알고 있던 고종은 1899년에 전매제를 시행하였고, 이후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를 거쳐 1996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19세기 이후 발전한 인삼의 중요한 의미는, 당시부터 인삼 재배와 홍삼 가공·수출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자본관계가 관철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직관적으로 봐도 인삼업을 둘러싼 19세기의 제반 관계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인삼재배, 홍삼가공·수출이 자본주의적인 것이라고 하면 19세기의 그것도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추가적인 이론적 검토를 요구하지만, 저는 우리 역사에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인삼업 분야에서 19세기 전반기에는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19세기 개성상인이 발전시킨 인삼업의 큰 의의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4. 한국학대형기획총서사업를 통한 연구 진행과정은 어떠했나요? 그리고 해당 사업이 앞으로도 한국학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와 제 동료들이 응모했던 근현대한국총서사업(현 한국학대형기획총서사업)은 각 분야에서 대여섯 명의 전공자들이 각각 단행본을 발간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이런 사업은 그 분야의 성과들을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요즘은 논문 중심으로 업적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한데, 단행본 발간을 촉진하는 사업으로서 총서사업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문도 중요하지만 단행본은 논문보다 훨씬 완결적으로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고 해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단행본 간행을 이끌고 있는 총서사업은 이런 의미에서 학계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제사 분야에서 인삼업을 맡았는데, 이를 계기로 인삼업을 정리할 수 있었고, 아울러 사업 수행에 따른 경제적인 지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이나 국제적인 위상에 비하면 한국학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디다고 생각합니다. 중국학이나 일본학과 비교하여 한국학의 국제적 위상이 매우 낮습니다. 제가 최근에 잠깐 본 중고등학교 대상 영어로 된 세계사 책에서 중국이나 일본은 독립적인 장에서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베트남과 함께 간략히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데 그러한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은 못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학도 다른 분야처럼 도약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개인 연구자들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못지않게 정부 등의 지원도 중요합니다. 10년, 20년의 장기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5. 앞으로 선생님께서 꼭 이루고 싶은 장기적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앞서 언급했듯이 19세기 이래 20세기까지 홍삼 수출사를 정리하고, 개성상인 연구 성과를 단행본으로 묶어서 출판하고, 1천년의 제주도 역사를 제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정년까지 10년 조금 넘게 남았는데 이 세 과제를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혹 여력이 된다면 개성과 제주도의 비교 연구도 하고 싶습니다. 조선후기 두 지역은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가난한 곳으로 대척점에 위치하지만, 조선 왕조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자신들만의 강한 공동체성을 유지해 왔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지역의 역사 비교에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6. 질문에 대해 답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소식지 독자들과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들, 또는 한국학진흥사업단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식지 독자는 대부분이 연구자일 것 같습니다. 같은 연구자로서 분야가 다르더라도 서로 소통해 보면 모르는 분야를 알게 되고 제 연구에 자극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학술 교류 활동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할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Meeting with Korean Studies Scholars
Yang Jeong-pil
Jeju National University (Korea)
1. Hello. Please introduce yourself to the readers of the KSPS Newsletter.
I entered my master’s program in the second semester of 1997 and, in 2001, I wrote my master’s thesis on the topic of the merchants of Gaeseong and the ginseng industry from the 19th century to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The topic of my doctoral dissertation was the merchants of Gaesong. Since autumn 2013 and until now, I have been working in the department of history at Jeju National University (JNU).
While researching for a little over 20 years, the three topics that have caught my interest are ginseng, the merchants of Gaeseong, and the history of Jejudo Island. My research on ginseng was organized into Gaeseong Merchants in the Modern Era and the Ginseng Industry (Geundae Gaeseong sangin gwa insameop). This book focuses on the Gaeseong merchants’ management of the ginseng industry. However, I ended up only barely touching the topic of red ginseng export. Recently I have begun tackling the subject, with the objective of determining the overall history of red ginseng. In case of the merchants of Gaeseong, although the ginseng industry was their main field and key product, if you look at their overall activities, ginseng comprised only a small part. The Gaeseong merchants had developed their own high-level commercial tradition, and my doctoral dissertation was an attempt to understand that in my own way. It is yet to be published as a monograph, but I plan to organize it together with the papers I presented after receiving my degree and publish it. Since my posting at JNU, naturally I have developed an interest in the Jejudo Island and began studying its history. Recently, I have presented several papers on that very subject. Although the research is in its early stages, I am quite excited at the prospect and hopeful for a desirable outcome within the next few years.
2. Was there a particular reason that sparked your interest in Korean Studies research? What was the impetus that allowed you to continue your research activities in this direction?
I think each person has their own temperament or tendencies. Since I was around 20, I’ve had an interest in philosophy and history in general. I struggled to understand mathematics or natural sciences. In the end, I thought that humanities would suit my aptitude, so I chose history. As I chose something that I was interested in and excited about, I haven’t felt any great sense of boredom thus far. Although it is natural, I think that having chosen something that I wanted to do has been the force that allowed me to continue so far.
3. Your book Gaeseong Merchants in the Modern Era and the Ginseng Industry (Geundae Gaeseong sangin gwa insameop) was published with support from the Grand Series of Korean Studies program. This book was selected as an Exceptional Publication in Korean Studies by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Republic of Korea in 2023. Please introduce the book in detail.
Although ginseng is a crop that is cultivated in the ground, unlike other agricultural products, its cultivation period is quite long -about six years-, and during that time, capital needs to be invested constantly. Without a sufficient amount of capital obtained, it is difficult to operate the ginseng business to scale. In the period around the 18th century, I think the only group with the economic power to cultivate ginseng on a larger scale were the Gaeseong merchants. As the largest merchant group in Joseon, the Gaeseong merchants went to all corners of the country doing business and also participated in foreign trade, and I think that while doing so, they were able to amass significant commercial capital. Based on this capital, they set out to cultivate ginseng. As a result, in the 19th century, the Gaeseong region became the main production region for ginseng. The Gaeseong merchants processed the ginseng they had cultivated into red ginseng. There was high demand for red ginseng in Qing China, so it became Joseon’s representative export item in the 19th century. Through the cultivation of ginseng and the exportation of red ginseng, the Gaeseong merchants, interpreters, and the merchants of Uiju were able to grow financially, while the government also saw not so insignificant financial benefits as well. Knowing well the profits of red ginseng, Emperor Gojong in 1899 implemented a monopoly system, and later on, during and after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up until 1996, this fashion continued. The important meaning of the ginseng that developed after the 19th century, is that from that time forward, in the process of cultivating ginseng, together with the production and export of red ginseng, a capitalist production style was enabled and achieved. The general relationships surrounding the ginseng industry of the 19th century have practically continued into this day. If the ginseng cultivation and red ginseng production/export of today is said to be capitalistic, then I think that of the 19th century can also be seen that way. Although this argument demands additional theoretical review, I think that within the scope of Korean history, the capitalist production relationship visibly appeared in the field of ginseng in the early 19th century, and here lies the great significance of the ginseng industry that was advanced by the Gaeseong merchants in the 19th century.
4. What was the research process like with the Grand Series of Korean Studies program? And what things should be improved for this program to contribute to the spread of Korean Studies in the future?
Under a predecessor program of the Grand Series of Korean Studies, my proposal -in which roughly six experts in each field would publish their own monographs- was chosen and sponsored. The program, now named the Grand Series of Korean Studies, is a good opportunity to comprehensively organize the outcomes of that field. These days, there is a strong tendency to evaluate achievements based on academic papers, so I think the Grand Series program is very important as a program that promotes the publication of monographs. Although academic articles are also important, monographs can be even more important as they can realize an idea much more completely, and highlight the argument more comprehensively. I think that, by sponsoring the publication of monographs, the Grand Series program plays a large role in academia. I was tasked with the ginseng industry in the field of economic history, and through this opportunity, I was able to organize my thoughts and arguments regarding the ginseng industry. Needless to say, the financial support for this project was a great help.
I think that, compared to Korea’s economic status on the international stage, the speed of advancement of Korean Studies is rather very slow. Compared to Chinese Studies or Japanese Studies, the place of Korean Studies in the international academia is still very low. Recently, I briefly saw an English-language world history book targeted towards middle school students, and in it, China and Japan were thoroughly explained with their own respective chapters, while Korea was introduced briefly together with Vietnam. As international interest in Korea has grown, interest in Korean Studies has also risen, and I think it is unfortunate that Korean Studies is not on a level where that interest can be fulfilled. Korean Studies, like the other fields, needs to takeoff, and to this end, support from the government, etc., is important, just as the efforts of individual researchers are. Long term objectives of 10 or 20 years need to be made, and continuing systematic support to achieve those objectives is urgent and imperative.
5. What long-term goal or wish do you hope to achieve in the future?
My future plans, as aforementioned, are to organize the history of red ginseng export from the 19th to 20th centuries, publish a monograph of my research on the Gaeseong merchants, and organize the millenia-long history of Jejudo Island in my own way. I have about a decade left before retirement, and I would like to fully complete these three tasks before then. If I have energy to spare, I would also like to do comparative research on Gaeseong and Jejudo. During late Joseon, these two regions held economically opposite positions as the richest and the poorest regions, but they share in common the fact that they were disregarded by the Joseon royal court and maintained a strong sense of community of their own. Thus, I am excited to compare the history of these two different yet similar regions with each other.
6. Thank you for your detailed answers to our questions. In conclusion, please share a word with the newsletter’s readers, Korean Studies researchers both in Korea and abroad, and the KSPS.
I believe most readers of the newsletter will be researchers. As a researcher myself, even though our fields may be different, if we communicate with one another, we can learn about fields we are unfamiliar with, and, many times, this can become a stimulus for one’s own research. Although I am not very active in academic exchange, if there is an opportunity, I would like for there to be more frequent opportunities for communication with scholars from various fie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