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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022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
국역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
이승일(한양대학교)
Lee Seung il
| 1.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의 현황과 보존이력
≪국역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민속원)≫은 2015년도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지원을 받아서 이승일 교수(한양대학교 사학과)가 갑오·대한제국기의 민사판결문들을 입력·번역한 것이다. 판결문들의 수량이 많아서 제1단계로 1895년부터 1908년 2월까지 생산된 5,000여건의 판결문을 2021년도에 출판하였다. 제2단계로 1908년 3월부터 1909년 12월까지 생산된 3,600여건의 판결문을 추가로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이 자료들은 1895년 3월 25일 법률 제1호 ‘재판소구성법’과 1895년 7월 ‘민형소송규정’에 의해서 생산되었다. 갑오·대한제국기의 재판소에서는 공식적으로 판결문들의 제목을 부여하지 않았으나 해당 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법원기록보존소가 ‘구한말 민사판결문’으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해당 판결문들은 1895년부터 설치된 각급 재판소의 판결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구한말’이라는 명칭이 적당하지 않다. 그리고 해당 자료에는 한국 재판소에서 생산한 판결문 뿐만 아니라 이사청, 통감부 법무원, 통감부 재판소에서 생산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의 영사재판 과정에서 생산된 판결문은 일본인 상호 간의 분쟁을 수록한 것도 있으나 한국인과 일본인 간의 분쟁을 처리한 것도 많다. 그래서 이승일 교수 연구팀에서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으로 콜렉션의 이름을 새롭게 부여하였다.
이 자료들은 대한제국 재판소→통감부 재판소를 거쳐서 1910년 한국병합 직후에 조선총독부 재판소가 모두 인계받았다. 그리고 조선총독부 재판소는 이 기록물들을 식민통치 기간 동안 보관하고 있다가 1945년 해방 후에 한국의 각 지방법원에서 접수, 관리하였다. 그러다가 법원이 1973년 12월에 「법원보존문서관리규칙(대법원규칙 제0546호, 1973.12.12.)」을 제정하였는데, 이 규칙에서는 영구보존문서, 30년간 각급 법원에서 보존하고 있는 문서, 1945년 이전의 문서를 ‘법원보존문서관리소’로 이관하도록 규정하였다. 1974년 1월 1일 당시에는 ‘서울지구 법원보존문서관리소’, ‘대구지구 법원보존문서관리소’, ‘광주지구 법원보존문서관리소’ 등 3곳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2005년에 법원도서관은 52권 분량의 구한말 민사판결집(1895~1908년)을 간행하였다.
이후 2008년도에 성남에 법원기록보존소의 보존서고가 신축되면서, 각 지구단위로 분산·보존되던 해방 이전의 모든 민사판결문들을 법원기록보존소가 집중·관리하게 되었다. 현재, 법원기록보존소에는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이 편책 기준으로 약 406책이 보존되어 있다. 이 중에서 151책 14,538건은, 법원도서관이 2008년도에 디지털화 사업을 시행해서 2009년부터 홈페이지에 원문을 공개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255책은 원문이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록도 작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법원기록보존소 보존서고에 보관되어 있는 실정이다. 향후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나머지 판결문에 대한 접근도 가능하도록 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다.
| 2. 민사판결문의 사료적 가치
일반적으로 재판 과정에서는 개인들의 일상 생활과 법 의식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판례는 ‘살아 있는 법(living law)’이 작동하는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법제사·법사회사 연구에서 매우 귀중한 가치를 가진다. 더구나, 서구적 법 개념과 재판제도가 도입되던 초창기라면 말 그대로 연구의 보고(寶庫)이다. 이번에 ≪국역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민속원)≫이 공식 출판됨으로써 한국 법제사 연구의 진흥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1895년 4월 법률 제1호 재판소구성법 및 그 부속법령(민형소송규정 등)의 시행을 통해 근대적 재판제도를 갖추게 되었다. 근대적 민사소송은 사인(私人) 간의 사법적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는 국가의 재판절차를 말하지만, 대한제국의 재판 절차는 사실상 행정과 사법이 완전히 분리되지는 못한 과도적 사법체제였다. 하지만 미흡하게나마 각급 재판소의 설치, 심급제의 도입, 소송 법규의 제정, 재판의 공개, 판결문의 근대적 변화, 전임 사법관의 임용 등 근대적 요소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재판사례들은, 신·구의 관행들이 병존하며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재판정으로 유입된 다양한 분쟁과 갈등에 대해 재판제도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단히 유용한 자료이다. 그리고 민사판결문을 살펴보게 되면 서구형 법체계와 재판제도가 실질적으로 시행되기 이전, 재판의 존재방식, 법 규범의 적용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은 1876년 개항 이래로 한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면서 경제활동을 영위하였고, 경제적 침략을 확대하는데 필요한 가옥 및 토지를 매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과 외국인들 간에는 권리의 보호 및 침해를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였다. 특히, 차금(借金) 및 부동산 관련 분쟁이 많았다. 외국인들은 부동산 보유 및 거래 행위를 합법화할 것을 한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각종 재판과정에서도 치외법권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켜 나갔다. 민사판결문에 수록된 교섭사건을 통하여 외국인이 획득한 치외법권이 한국 사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히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에는 한국의 전통 법관념과 서구의 근대법이 서로 혼재되어 충돌하는 양상과 근대 사법체계의 도입이 한국인의 법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가 자세히 반영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개항 이후 서구의 근대적 법 개념과 제도 등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수용되었고 그 같은 서구적 법 개념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1908년 이후 일본인 사법관이 한국 재판소에 대거 임용되면서 이루어진 법제의 변화, 식민지적 근대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대단히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한국 근대 민사판결문’에 관한 연구는 한국 근대 법사 연구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민사법사·법조사·법사회사에 관한 연구 공백을 채우고 근대 초기 한국법의 총체적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자료는 향후의 근대 이행기 한국에서의 법사회사 연구, 한국법의 근대화와 식민지 법제의 성립과정, 민사법제와 민사·상사관습 연구, 사법제도사 연구 등 다방면에 걸쳐 활용 가치가 높다. 지금까지 서구의 법문화와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고 그 이유를 종종 전통적인 유교적 법문화의 지속, 식민통치 및 특수한 근대화의 경험 등으로 설명한다. 이 자료들은 한국의 전통적 법문화가 근대적 조건에 어떻게 반응하였는가 하는 점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2022 Korean Ministry of Education Research Excellence Award
The Korean Translation of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in Modern Korea
Lee Seung-il (Hanyang University)
| 1. Current Status and Preservation History of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in Modern Korea
Gugyeok Hanguk geundae minsa pangyeolmun (Korean Translation of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in Modern Korea), published by Minsokwon, consists of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from the Gabo Reform (1894-1897) and Korean Empire (1897-1910) periods that were digitally transcribed and translated from Chinese characters into Korean by Professor Lee Seung-il (History Department, Hanyang University) with research funding received from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in 2015. Due to the high number of written judgments, the project was divided into two stages. The results of the first stage, which covers about 5,000 written judgments produced between 1895 and February 1908, was published in 2021. The second stage, which covers about 3,600 written judgments produced between March 1908 and December 1909, is currently under progress.
The original materials were produced through the “Law on the Composition of the Courts” (Jaepanso guseongbeop) No. 1 of March 25, 1895 and the “Regulations of Civil Litigation” (Minhyeong sosong gyujeong) of July 1895. Although no title was officially assigned to the written judgments by the courts of the Gabo Reform and Korean Empire periods, they were collectively named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of the End of Late Joseon” (Gu Han mal minsa pangyeolmun) by the Legal Records Repository (Beobwon Girok Bojonso) where the relevant materials were stored. However, because the relevant written judgments include the written judgments of all levels of courts established from 1895, the phrase “end of late Joseon” (gu Han mal) is not suitable to use. Furthermore, the relevant materials not only include written judgments produced at the Korean courts, but also those produced at the courts of the Local Administrative Office (Isacheong), the Ministry of Justice (Beommuwon) of the Japanese Residency-General (Tonggambu), and the courts of the Japanese Residency-General. The written judgments produced the process of Japanese consular trials include mutual disputes between Japanese, as well as many disputes processed between Koreans and Japanese. Accordingly, Professor Lee’s research team assigned a new title for the collection, namely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in Modern Korea” (Hanguk geundae minsa pangyeolmun).
The collection’s materials first passed through the courts of the Korean Empire and the Japanese Residency-General before being transferred to the courts of the Japanese Government-General of Korea directly following Japan’s annexation of Korea in 1910. During the period of colonial rule (1910-1945), the records were stored in the courts of the Government-General. Upon liberation in 1945, the records were received and managed by each of Korea’s district courts. This was the case until December 1973, when the “Regulation on the Management of Preserved Court Documents” (Beobwon bojon munseo gwalli gyuchik; Supreme Court Regulation No. 0546 of December 12, 1973) was enacted. According to this regulation, permanently preserved documents, documents preserved at each court level for 30 years, and documents from before 1945 were to be relocated to Management Offices for Preserved Court Documents (Beobwon bojon munseo gwalliso). At the time of January 1, 1974, three such management offices were established in the Seoul, Daegu, and Gwangju districts. In 2005, the Supreme Court Library published 52 volumes of the Collection of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of the End of Late Joseon (1895-1908) (Gu Han mal minsa pangyeolmun jip).
Thereafter in 2008, upon the new construction in Seongnam of a preservation library of the Legal Records Repository, all of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prior to 1945 that were preserved separately on the level of each district were gathered for central management at the Legal Records Repository. Currently, based on the compiled books, there are about 406 books kept in the Legal Records Repository. Among these, the original texts of 14,538 judgments in 151 books have been made publically available online since 2009 through a digitalization project conducted in 2008. However, not only are the original texts of the other 255 books not digitized, but they are stored at the preservation library of the Legal Records Repository without an inventory. Thus, in order to vitalize future research, action must be taken to make the remaining written judgments more accessible.
| 2. The Value of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as Historical Materials
The judicial process typically reveals the everyday life and legal consciousness of private individuals. Accordingly, precedents show the aspects of “living law” in action and are of extremely precious value in the research of the history of legislative systems and the history of the sociology of law. Furthermore, such precedents are a true research “repository” in the study of the early stages of the adoption of Western legal ideas and judicial systems. Thus, the official publication of the Korean Translation of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in Modern Korea (Minsokwon Publishing Company) serves as groundbreaking turning point for the promotion of the research on the history of legislative systems.
Korea acquired a modern judiciary system through the enactment in April 1895 of the “Law on the Composition of the Courts” No. 1 and its subsidiary codes, such as the “Regulation on Civil Litigation.” Modern civil litigation refers to the national judiciary procedure for resolving disputes that occur between private individuals in the legal relations of private law. However, the judiciary procedure of the Korean Empire was a transitional private law system that did not in reality fully separate administration and private law. However, despite its inadequacies, modern elements gradually spread, such as the establishment of courts at various levels, the adoption of the multiple instance trial system (simgeup jedo), the enactment of legal regulations on litigation, the opening of public trials, the modernization of written judgments, and the hiring of full-time judicial officers. Accordingly, the judicial precedents of this period are extremely useful materials that shed light on how the judiciary system responded to the diverse courtroom disputes and conflicts amidst the coexistence and interaction of new and old customs. Also, by looking at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before Western legislative and judiciary systems were actually enacted, one can concretely understand factors such as the manner of the trials and the instances of the application of legal norms.
Along with this, as foreigners began residing in Korea following the opening of the ports in 1876, they conducted economic activities and purchased houses and land needed to expand their economic encroachment. This process saw an increase in disputes between Koreans and foreigners around the protection and infringement of rights. In particular, there were many disputes related to debts (chageum) and real estate. Foreigners strongly demanded that the Korean government legalize the possession and transaction of real estate. And in the process of various trials, extraterritoriality was utilized to achieve their interests. Through the negotiation incidents included within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we can vividly understand what influence the extraterritoriality obtained by foreigners had on Korean private law.
Accordingly,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in Modern Korea” reflect in detail the aspects seen in the mutual blending and colliding between Korea’s traditional legal notions and the modern law of the West, as well as the influence that the introduction of modern private law systems had on Koreans’ legal culture. They also minutely record how the modern legal concepts and systems of the West were accepted by Korean society after the opening of the ports and how these same Western legal concepts changed Korean society. Furthermore, they are extremely important materials in understanding colonial modernization and the changes in the legal system seen after Japanese judiciary officials were appointed in full force to Korean courts from 1908.
Additionally, research on the “Written Judgments of Civil Cases in Modern Korea” fills the gap in research concerning the histories of civil law, the legal profession, and the sociology of law, which had remained lacking among research on the legal history of modern Korea. This research greatly contributes to the understanding of the overall character of Korean law in the early modern period. Going forward, these materials will be highly useful across various fields, such as research on the history of legal sociology during Korea’s modern transition period; research on the modernization of Korean law and the process of the establishment of colonial legal institutions, as well as the legal systems for civil law and the customs of civil cases and trading companies; and research on the history of private law systems Thus far, focus was placed on the differences with Western legal culture, with reasoning explained through the continuation of traditional neo-Confucian legal culture, colonial rule, and certain experiences of modernization. In this context, these materials provide new perspectives and knowledge in understanding the matter of how Korea’s traditional legal culture responded to the modern conditions.